선생님은 그대론데, 제자들만 늙었다, 쌍문중 1회 졸업생 사은회...

지금은 행정구역상 강북구로 분리되어 이름마저 사라진 쌍문중학교... 난 자랑스런 쌍문중학교 1회 졸업생이다. “배움에 부푼마음, 이 터에 함께 모였네~~~(쌍문중학교 교가 중...)”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래서 선배들이 없었고, 더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당시엔 흔치 않은 남녀공학이었다.
그동안 동문들끼리 밴드도 만들고, 모임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중학교 때 워낙 찌질한 삶을 보냈고, 그리고 지금은 그 때보다 더 찌질하게 살고 있는 터라 난 이러저런 핑계를 대며 동문 모임의 참석을 피해 왔었다. 그러던 중 한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선생님들을 모시고 사은회를 한다고... 누가 오시냐고 물었더니 1학년 담임샘이었던 아바이, 송광만 선생님, 3학년 담임샘이었던 호진엄마 유진영 선생님, 그 외에도 내 추억 속에 꼭꼭 봉인되어 있었던 많은 선생님들이 오신다고 했다. 가슴이 설랬다. 그래서 졸업 후 처음으로 중학교 동창 보임에 나가 보기로 했다.
내가 사은회에서 가장 뵙고 싶었던 선생님은 소위 ‘빈대’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심재구 선생님이다.

빈대, 심재구 선생님, 나에게 사은회 연락을 해 준 쭈니, 아바이 송광만 선생님

심재구 선생님을 뵙고 꼭 사죄드리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난 학창시절 심재구 선생님께 적지 않은 상처를 드렸고, 사는 내내 그 때의 그 잘못이 불쑥불쑥 소환되어 내 양심을 괴롭혔다. 심재구 선생님은 점심시간이면 젓가락만 들고 오셔서 아이들의 도시락을 뺏어 먹거나, 방과후에는 함께 청소를 하며 아이들을 귀찮게(?) 하셨다. 땡땡이도 못 치게... 그리고 아이들 손바닥을 넓적한 매로 때리실 땐 오른손은 공부하는 착한 손이라며 꼭 왼손만 때리셨다. 그때는 심재구 선생님의 그러한 행동이 참으로 주책맞아 보였었다. 한번은 심재구 선생님 수업시간에 스프링 연습장 표지에 끼워놓은 연예인(올리비아 뉴튼존, 소피 마르소, 피비 케이츠 등...) 사진을 친구들끼리 돌려보며 낄낄대고 있었는데, 심재구 선생님은 공부에 방해된다며 연예인 사진을 모두 압수하고 연습장만 돌려 주셨다. 앞에서 나를 자극한 친구의 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학생들을 격의없는 대해 주셨던 심재구 선생님이 만만해 보여서 였을까? 난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돌려받은 연습장을 박박 찢어버렸다. 그런 나의 모습을 심재구 선생님은 그냥 물끄러미 쳐다만 보셨다. 만약 내가 그당시 선생이었다면 그런 제자의 모습을 보고만 있었을까? 시간이 지나... 조금은 철이 들어 생각해 보니 심재구 선생님이야말로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해 주셨던 참스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행동이 부끄러웠고, 심재구 선생님의 가슴에 못질을 한 것 같아 너무 죄송스러웠다. 대학에 다닐 때였나? 한번은 지하철에서 심재구 선생님을 스치듯 뵈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난 차마 선생님께 아는 체를 할 수가 없었다. 속절없이 시간이 흘렀다. 기회가 되면 심재구 선생님께 꼭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마침 사은회가 있다는 이야길 들은 것이다.
사은회장에 도착해 얼굴이 가물가물한 동기들한테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장장 35년 만이다. 앳되었던 얼굴이 그냥 남아 있을리 없었다. 심재구 선생님이 가장 먼저 오셨다. 손을 잡고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묵혀 두었던 사죄를 드렸다. 선생님은 제자의 잘못을 진즉에 지워버리셨던 것 같다. 그러며 괜찮다고 하셨다. 오히려 잘 커 주어서 고맙다고 하셨다. 곧이어 도착하신 아바이 송광만 선생님...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워낙 많은 동문들이 내 앞을 가로막아 인사를 못 드렸다. 그리고 3학년 때 담임샘이셨던 유진영 선생님이 오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희태에요.”
“희태? 팝송 잘 부르던 채희태? 아이고 반갑다! 그래, 어떻게 지냈니?”
유진영 선생님은 35년만에 처음 코빼기를 비친 못난 제자를 기억해 주셨다. 뿐만 아니라 나와 가깝게 지내던 몇몇 친구의 이름을 대며 안부를 물어봐 주셨다. 나한텐 그보다 더한 꾸지람이 없었다.
“선생님, 죄송해요. 앞으론 자주 안부 여쭐게요. ㅠㅠ”

나, 호진 엄마, 유진영 선생님, 같은 반이었던 전진...배. 선생님 모습은 그대론데 제자들만 폭삭 늙었다... ㅠㅠ


사은회 신청할 때 노래로 재능 기부를 하겠다고 신청한 터라, 대충 식사를 마치고 무대로 나갔다. 비틀즈의 ‘어제’, 그리고 나처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감동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동문들의 빠른 일상복귀를 위해 퀸의 노래 몇 곡을 불렀다. 노래를 부르는 내내 유진영 선생님은 나와 눈을 마주쳐 주셨다. 사은회를 마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단체 사진을 찍고, 기인~ 이별의 시간이 이어졌다. 집으로 돌아와 유진영 선생님께 문자를 드렸다.

그동안 동문회를 아끌어 온 많은 친구들과, 사은회를 준비하느라 고생해 준 고마운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앞으로 살며 보답할 날이 있겠지...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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