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공과 늘공이 지킨 나무...


구산동도서관마을과 구산보건지소 사이에 있는 나무... 솔직히 나무 이름도 모른다.
원래 이 나무는 구산동 도서관마을과 구산보건지소를 설계할 때 잘려 나갈 운명이었다. 난 당시 구산동도서관 마을 건립 관련 회의을 하며 누군가의 추억이 묻어 있을 이 나무를 살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보건지소 설계를 다시해야 할 상황... 한낱 어공 정책보좌관의 주관적 취향으로 피 같은 세금을 낭비할 수는 없는 일... 잠시 옮겨 심었다가 구산동도서관마을 앞 마당에 다시 옮겨 심을 수는 없겠냐고 했더니 비용도 비용이고, 나무가 산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난 그냥 포기했다. 나 보고 고집이 세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사실 난 고집이 없다. 포기도 빠른 편이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어떻게 안 되는걸 되게 하라고 무대뽀로 밀어부치겠는가!
며칠 뒤 같이 회의를 했던 건축과 영선팀의 이범식 주무관이 나를 찾아 왔다. 나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보건지소 설계를 바꾸지 않고 방향만 조금 틀면 될 거 같다고...

그리하여 이 나무는 누군가의 추억과 함께 그 자리에서 계속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아파트 하나 짓겠다고 나무 뿐만 아니라 추억을 송두리째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리는 세상에 그냥 흘릴 수도 있는 정책보좌관의 체념에 귀 기울여 준 이범식 주무관에게 뒤늦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지금은 발령이 나 서대문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구청의 기술직 공무원은 구청 소속이 아닌 서울시 소속이라 내가 잡을 수도 없었다. 그 인연으로 이범식 주무관과는 내가 서울시교육청에 있을 때도 간간이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부쩍 이범식 주무관의 썬그라스와 그 해맑은 미소가 아른 거린다. 나의 무심이 지나쳤고, 바람도 서늘해 졌다는 뜻일 게다. 오늘은 오랜만에 안부 전화나 함 해야겠다. 서대문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누가 괴롭히는 사람은 없는지... 가끔 내 생각도 하시는지...

@back2analog


Comments 2

  • 먼지의불온 | 댓글주소 | 수정/삭제

    도서관마을을 채실장으로부터 처음들었을때 별로였는데 혼자 좋아하는 모습을보고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홍보하고 다녔던 기억이남.
    그덕에 정부3.0등에 써먹어서 수상도했지만, 건축대상과 대통령님의 방문등 그정도로 뛰어난아이디어 인줄은 최근에 알았음.
    한명의 아이디어와 함께 만들어가는 노력의힘을 다시느꼈지만 개인적으로 나자신의 미적감각이 바닥이라는 사실을 확인한것이 좀그랬음

    • Back2Analog | 댓글주소 | 수정/삭제

      당시 도서관팀장을 하던 안모 과장님도 도서관마을을 제안한 제가 처음엔 그렇게 미웠답니다. 은평구청에 복귀(?)해 옥상에서 만났는데 다 짓고 공공건축대상 대상도 받고 하니 나중엔 자랑스럽더라고 저를 반기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