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고수"를 둘러싼 세대 갈등...

"고수"라는 웹툰이 있다. 네이버에서 매 주 수요일 연재되는... 이 웹툰의 작가는 필력으로 대한민국 만화가 중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한다는 "문정후"님이다. 무협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일찍이 "용비불패"라는 작품을 통해 문정후님의 팬으로 입문했을 것이고, 학습만화 세대라면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를 기억할 것이다. 혼자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매 주 작품 수준의 150컷 전후를 휴재 없이 연재하는 모습을 보며(딱 한 번 있었다. 독자들은 그 휴재에도 10점 만점에 9.96의 별점을 주었다.) 독자들은 웹툰의 주인공이 아니라 작가님이 "고수"라며 칭송했다. 

나는 "용비불패"에 이어 "용비불패 외전"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문정후 작가의 오랜 팬이었고, 뒤늦게 네이버에서 연재되고 있는 "고수"를 만나 매주 200원이라는 거금을 미리보기에 투자하고 있다. 만화를 주로 웹툰으로 소비하기 시작한 10대부터 대본소에서 부모님 눈치를 보며 만화를 접했던 5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고수라는 웹툰을 통해 하나가 되면 차암 좋겠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세대 간의 간극은 감히 만화 따위가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각주:1]

어쨌든... 네이버의 인기 웹툰 "고수"가 세대 갈등의 중심부로 서서히 진입하기 시작한 것은 "고수"에 "용비불패"의 비중있는 캐릭터인 '구휘'가 등장하면서 부터라고 생각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구휘'의 등장에 주로 눈팅만 해 오던 아재 팬들이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나도 "고수" 등장한 "구휘"를 보며 반가움을 넘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마치 우주전함 거북선에서 해체되었다고 생각했던 태권V의 조각들이 튀어나왔을 때 느꼈던 정도의?[각주:2] 독자들의 반응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애초부터 정해져 있었던 고수의 세계관이었을까? 2부 3화에 드디어 용비불패의 주인공 "용비옹"께서 등장하면서 고수의 댓글창을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용비, 구휘뿐만 아니라 빙옥선제, 홍예몽과 일각까지 등장하면서 "용비불패"의 캐릭터들은 "고수" 스토리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마치 4・19세대가 80년대 학생운동권 속에서 화염병을 던지는 것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같은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그 대상을 접한 나이에 따라 사람들은 다른 감성을 갖게 된다. 아나로그 세상을 살다가 디지털을 접한 사람과, 애초부터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사람의 사고는 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이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청춘의 시대에 "용비불패"를 보고 자란 사람이 이제는 또래의 자녀를 둔 기성세대가 되었다. "용비불패"를 보지 않고 "고수"를 본 청춘들은 삼촌이나 아버지뻘 되는 사람들이 "용비불패"의 캐릭터를 보고 열광하는 그 감성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창작자가 만든 문화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만 했던 세대가, SNS 등을 통해 문화 콘텐츠의 창작 과정에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하며 성장해 온 요즘 세대의 문화콘텐츠 소비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까?

네이버에 약 1,500여 명의 "고수" 팬들이 모여 있는 팬까페가 있다. 10대부터 50대(아마 60대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의 고수 팬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고수를 즐기고, 또 그 생각을 팬까페에 표현한다. 문제는 세대별로 표현 방식이 매우 다르다는 것... 몇 차례의 크고작은 갈등이 있었고, 다른 세대의 표현 방식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몇몇은 욕설을 남기고 카페를 떠나기도 했다. 다음 글은 얼마전 내가 까페에 올린 글이다.

"이너넷의 발달로 바야흐로 문화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 소통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제 창작의 영역은 창작자 고유의 것에서 소통하는 시청자나 독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드라마에 PPL이 등장하고, 시청자들의 성화에 결론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고집이 있는 감독은 결론을 내 놓고 시작하거나 많은 분량을 촬영한 후 연재를 하기도 합니다. 한때 폐인들의 심장을 뜷어버렸던 드라마 다모가 대표적이지요.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수준 또한 창작자에 근접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시청자나 독자들이 그 작품에 대해 책임을 지지는 않습니다. 의도와 무관하게 시청자나 독자는 드라마나 웹툰의 스토리 전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렇게 장인의 영역에 있던 창작자는 상인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문화콘텐츠에 만족하는 다수는 침묵을 지키지만, 불만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적극 표현하여 독자 전체를 과잉대표하면서 마치 모든 시청자나 독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지요. 
문화콘텐츠에 대한 비판도 지지도 선을 넘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끝까지 가서는 안되는데... 한낱 인간에게 바랄 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 
저 또한 최근에 산으로 가는 것 같은 스토리 전개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만, 그게 창작자의 문제만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마치 승냥이처럼 무책임하게 작품을 물고 뜯는 독자들... 그것을 방관하고 있는 저 같은 무리들...
마치 가짜뉴스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오버랩되는 거 같습니다. 통제를 하자니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되고, 그냥 두자니 바쁜 시민은 가짜뉴스를 자정할 여유도, 능력도 안되는...
살면서 가장 힘든 게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부디 작작들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018년 10월 12일)

다음은 내 글에 달린 댓글과 그 수준이다. ^^ 재미로 한번 보아주기 바란다.


내 글에 반말에 욕설까지 섞어가며 댓글을 단 회원은 30일 활동정지 징계를 받았고, 그 댓글에 비아냥 댓글을 쓴 다른 회원은 7일 활동정지 징계를 받았다. 회원 징계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서 난 다음과 같이 '자발적' 사과문을 올렸다.

"00님 징계와 관련하여 어쨌건나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서 회원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 
최대한 자정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승냥이', '작작 좀...'이라는 표현은 제가 생각하기에도 다소 과했던 것 같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카페가 향하는 분위기에 대한 우려였을 뿐, 특정 회원님을 지칭해 쓴 글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 표현 때문에 00님도 다소 과하게 반응하셨다 생각합니다.
앞으로 분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자제하겠습니다.
지금까지도 주로 눈팅만 해 왔지만... 스스로 징계를 받는다는 의미로 심슨입문님 징계가 끝날 때까지 저 또한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겠습니다. 
00님께 요청한 질문이 있었는데, 징계때문에 답변을 듣지 못해 다소 아쉽네요." (2018년 10월 12일)

평소 살아온 세월의 길이가 권력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왔기에... 나보다 나이가 어릴 것이라고 추정되는 사람의 욕설과 반말에 분노하지 않았다. 그 세대의 표현 방식이 반말과 욕설이라면... 그 또한 어쩌겠는가! 징계를 받은 그 회원은 나에게 두 차례나 쪽지로 사과 의사를 밝혀 왔고, 나 또한 성실하게 사과를 받아 주었다. 

"잘 알겠습니다. 
저도 과한 표현을 써서 00님을 자극한 거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고수를 사랑하시는 00님이 징계까지 간 것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 저도 00님 징계기간 동안 일체의 카페 활동을 중단하는 자체 징계를 받겠다 밝혔습니다. 
이해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딸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해 본 사람이라... 다른 이유로는 분노할 여유가 없습니다.
미래를 살아갈 다음세대에게 처참한 사회를 물려준, 대략 반백을 살아온 기성세대로서 미안함과 죄책감도 가지고 있구요. 
즉 어떠한 상황에도 분노할 자격이 없지요...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이니 가식이라 여기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까운 곳에 계시면 언제 술이라도 한 잔 했으면 좋겠네요." (2018년 10월 13일)

@back2analog







  1. 사실 오래전부터 세대 간의 갈등... 그 중에서도 자신은 부모님 몰래 만화를 보면서 성장했으나 자신의 자식에게는 만화를 금지하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명랑 만화"를 함께 보며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었다. 만화 따위가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다양한 소비 경험이 있는 만화만이 할 수 있는... [본문으로]
  2. 태권V 시리즈는 원래 김청기 감독의 작품인데, 송정률 감독이 "우주전함 거북선"이라는 장편 애니를 만들며 태권V를 까메오로 출연시켰다. 영화의 첫 장면은 안드로메다에서 온 구조요청에 응답하기 위해 우주전함 거북선을 건조해야 하는데, 초합금이 필요해서 태권V를 해체한다는 내용... 영화 후반부에 위기에 처한 우주전함 거북선을 구하기 위해 태권V가 등장하는 장면은 다시 봐도 감동적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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