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장관에게 필요한 것이 교육의 전문성일까, 시민의 상식일까?

사진출처 : 연합뉴스


지난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뿐만 아니라 교육감도 시민이 직접투표로 선출했다. 이를 두고 교육자치가 교육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인정하고, 확대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교육감을 뽑는다면 모를까, 시민이 직접 교육감을 선출하는 교육자치는 오히려 교육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시민의 상식에 맞게 해체하는 것에 더 가깝다.

일반자치는 오랫동안 시민의 요구와 무관하게 작동되어 온 일반행정의 전문성이 시민의 상식에 맞게 작동할 수 있도록 일반행정의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민의 대표를 투표로 선출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육자치는 시민이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한 교육감이 시민의 상식과 어긋나고 있는 교육행정의 방향을 바로잡는 것이다. 즉, 교육감은 교육 전문성을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의 상식을 대변하는 자리다.


지난 8월 30일 문재인 정부는 취임 2년차를 맞아 장관 5명과 차관 4명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그 중에서도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교육부장관 자리에 유은혜 의원을 지명하면서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단연 유은혜 교육부장관 내정자의 교육 전문성이다. 유은혜 의원의 교육 전문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로 2016년 발의한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학교 현장을 도외시한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이쯤 되면 유은혜 교육부장관 내정자를 반대하는 교육의 전문성이 교육 전문가들을 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 사회의 보편적인 성장을 향하고 있는지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의 문제를 교육 전문가들이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교육을 종교화시키는 전근대적인 발상이다. 종교는 신도들이 신을 대리하는 성직자의 말과 가르침을 따른다. 그렇다면 교육이 종교인가? 교육 전문가들의 생각에 반하는 것은 '이단'이고, 교육 전문성이 없는 교육부장관이 시민의 상식에 준해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박해'인가? 그렇다면 정치도 정치 전문가인 정치인만 해야 하는 것인가? 신성한 교육을 감히 정치 따위와 비교하는 것이 불쾌한가?

모두 다 알고 있겠지만, 경영학은 business를 배우는 학문이고, 경제학은 economy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만약 교육부장관이 교육기관을 대표하는 자리라면 마치 경영학처럼 교육기관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교사가 되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국가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교육부장관은 교육기관인 학교를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의 상식을 바탕으로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 자신의 정체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교육 전문가가 교육부장관을 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필자가 유은혜 교육부장관 내정자에 대해 이전과 다른 기대를 하는 이유는 교육 정책의 방향이 교육 전문성이 아닌 시민의 상식에 준해 나아갈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이 비로소 열렸기 때문이다.


유은혜 의원이 교육부장관 내정 후 소감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더 중요한 문제이다. 교육을 교육 전문가들에 손에 맡기면 보다 빨리 나아갈 수 있음에 동의한다. 하지만, 교육의 역할은 누가 더 경쟁적으로 빨리 가느냐 보다 함께 어느 방향으로 갈지 합의해 내는 것이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교육이 그 변화를 경쟁적으로 따라가는 과정에서 우리 교육은 정작 중요한 방향을 잃었다. 지금까지 교육은 교육부의 몫이었고, 교육청의 책임이었고, 교사의 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더이상 우리가 살아온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할 교육은 더이상 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과 연관되어 있는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풀어야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교육의 혁신은 전문가들이 닦아 놓은 길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숙의하고 합의하는 것이다. 

유은혜 교육부장관 내정자에게 한 가지만 제언하자면, 교육의 방향을 합의하기 전에 한국 사회의 교육 문제에 대한 객관적이고 충분한 진단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한국 교육이 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며, 또 어떤 이는 백혈병에 걸렸다고 주장한다. 사실 한국 교육은 그저 작은 배탈이 났는지도 모른다. 배탈이 난 환자에게 항암 치료를 하고, 백혈병 치료를 한다면 그 환자는 어떻게 되겠는가? 교육이 어떤 병에 걸렸는지 객관적인 진단은 하지 않고 단지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에 의해 처방을 하는 것은 교육을 사지로 모는 행위이다. 마치 얼마전 국가교육회의가 주도한 공론화의 결과를 바탕으로 발표한 수능 개편안처럼...


사회 체계 이론을 정립한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저서 "사회의 교육 체계"에서 "모든 사회 체계(교육)는 사회의 필요성에 의해 출발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교육)의 확대 재생산에만 몰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모쪼록 유은혜 교육부장관 내정자가 시민의 상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확대 재생산에만 몰입하고 있는 교육의 방향을 조금이라도 바꿔주기를 기대한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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