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과거, 미래의 관점으로 바라본 남북 정상회담...

오늘 드디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글을 쓰는 사이 남북 정상회담이 시작되었다. ㅠㅠ) 사실 ‘드디어’라는 말이 다소 무색하긴 하다. 주지하다시피 남북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1994년에는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남북정상회담 일정까지 합의한 상태에서 돌연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무산 되었다. 그리고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평양으로 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것이 최초였고,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도보로 군사 분계선을 넘은 것이 두 번째였다. 그리고 드디어 2018년 4월 27일, 오늘... 판문점에서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엔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남측으로 내려온다. 

내가 ‘드디어’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그 분위기가 이전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그 자체가 끝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밝혔듯,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잡이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암튼 이번이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므로 맥락 없이(?) 현재, 과거, 미래의 세 가지 관점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3차라서 세 가지? 썰렁~)


첫 번째, 현대적 관점으로 당위와 현실의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한반도 문제를 남과 북이 주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당위이다. 모름지기 당위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과 전술과 만났을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당위와 현실 사이에는 수없이 많은 단계가 존재한다. 그 단계를 무시하고 당위 만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당위가 현실이 되든 말든... 그저 신념화된 당위 그 자체이다. (이 지점에서 현실의 복잡성은 외면한 채 당위만을 짖어대는 근대주의자 몇몇이 떠오르는 이유는?)

한반도의 문제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1953년 휴전 협정을 맺은 당사국은 정작 남한은 빠진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위가 아닌 망상이다. 이 점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익히 인지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 국제 정세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북한이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에 몰두를 한 이유는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그 한계를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남북이 아무리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도 미국과 중국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거기다가 이명박근혜 정권은 전통적으로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세력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이 빛나는 이유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객관적 현실 진단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치 상식이 되어 버린 당위를 앞세워 본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남한의 역할이 이전에도, 지금도 그저 길잡이일 수밖에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깔대기를 하나 대자면... 2017년 9월 19일 노모씨 아들, 모병갑씨와 2년 안에 북미수교가 될 것이라고 무려 30만원이나 걸고 내기를 한 이유 또한 막연한 기대나 당위가 아닌 객관적인 시대 진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이 아무리 말로 으르렁 거려도 지킬 것이 많아진 21세기 현대 자본주의 하에서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전쟁은 가능하지 않다. 그걸 알면서도 서로 극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을 보며, 북미수교를 예견한 것이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어둠이 짙다는 것은 새벽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번째 근거, 중국의 입장 변화이다. 중국은 등소평이 개혁 개방을 추진한 이후 빠르게 자본이 침투해 들어가고 있다. 군사적 이익과 자본의 이익을 저울질 했을 때, 예전과는 다르게 자본의 이익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군사적 문제로 북한의 북미수교를 막아온 중국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두 번째, 지금까지 통일을 바라보았던 과거진행형의 관점에서 한번 바라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어?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물론 수면 아래에서 수없이 많은 오리발질이 있었겠지만, 트럼프가 오바마 정부의 무능력을 지적하고 있듯이, 이쯤되면, 지금까지 통일을 안 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의심해 볼 만 하다. 통일이 진짜 불가능한 일이었을까, 아니면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믿게 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우리는 충분히 가능할 수 있었던 통일이라고 하는 민족적 의제를, 정치적 유불리의 관점으로만 대해 왔던 극우 세력들의 입놀림에 놀아나며 지금까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불가능한 과제로 여겨왔던 것은 아닐까?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 종전, 평화협정, 그리고 북미수교로까지 나아간다면 이제 분단을 정치적 무기로 지탱해 왔던 자한당은 이제 무엇으로 약을 팔겠는가?



세 번째, 이제 미래적 관점으로 통일이 만들어 낼 미래를 맘껏 상상하즈아!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는 인간이 창의적인 사고를 할 때 서로 다른 기능을 하고 있는 뇌의 영역과 영역 사이에서 스파크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인 행위는 서로 다른 것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분단으로 인해 가장 창의적이지 못한 ㅅ시대를 살아왔다. 이제부터는 진짜 경계를 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통일이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젠가? 김어준이 뉴스공장에서 통일에 대한 시민적 상상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많은 시민들이 문자를 보냈다. “통행료를 내고 차를 타고 평양 가서 옥류관 냉면을 먹고 싶다.”, “대동강 맥주를 마트에서 사 먹고 싶다.”, “개마고원에서 말달리기 체험을 신청하겠다.”, “역사 유적 공동 발굴을 하고 싶다.”, "북한 어학연수를 통해 욕설 없이 뼈를 때리는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등 기발한 제안들이 쏟아졌다. 김어준이 소개하는 시민들의 상상을 들으며 만약 우리가 제도의 제약과 편견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통일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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