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oo~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와 페미니즘...

인류의 문명사를 명쾌하게 통찰한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사회에서 가부장제가 “생물학적 사실보다 근거 없는 신화들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이토록 보편적으로 안정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라며 질문했다.

“흔한 고정관념에 따르면 여자는 남자보다 남을 조종하고 유화책을 쓰는 능력이 우월하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사물을 보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한다. 이런 고정관념이 진실이 조금이라도 포함되어 있다면, 여자들은 뛰어난 정치가나 제국 건설자가 되었어야 한다. 전장에서의 더러운 일은 테스토스테론이 가득 찬 단순한 마초들에게 맡기고 말이다. 대중적인 신화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벌어지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확실하지 않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중에서...)

천하의 유발 하라리도 풀지 못한 숙제인 '가부장제'의 생물학적 근거... 내 가설은 이렇다. 약 1만 년 전, 밀의 재배로부터 시작된 농업혁명을 통해 인간의 개체수는 급격히 늘어났을 것이다. 문제는 늘어난 개체수를 감당할만큼의 생산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것... 포유류인 여성은 인간 유전자의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난자를 약 28일 동안 정성스럽게 생성한다. 반면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하찮은 약 2억 마리의 정자를 매일 생산한다. 여성은 임신 후 10개월 동안 아이를 뱃속에 품었다가 출산을 한다. 문화적으로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유아기와 유년기,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될때까지 여성인 엄마의 섬세한 보호를 받는다. 그래서... 여성의 모성보호본능은 단순히 심리적인 것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확실한 생물학적 근거가 있다. 그런데... 그렇게 낳은 아이들이 먹은 것이 없어서 죽어간다면? 보다 진화된 인류인 여성의 입장에서 가부장제는, 인류의 생존이라는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시킬만큼의 생산력 발전을 위해 그동안 여성에 의해 허용되어 왔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마치 밀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인간에게 기꺼이 재배되기를 선택한 것처럼?) 아마도 경쟁적이고, 동물적 폭력성이 잔존해 있는 덜 진화된 인류인 남성들의 물리력에 기대는 것이 아이들, 나아가 종족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수 있다. 그것이 가부장제의 생물학적 근거일 것이라고 나는 주장한다.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진화된 인류라고 주장하는 근거에 대해 조금만 더 보완하자면... 인류 진화의 키워드인 '관계'는 무엇보다 물리력 결핍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원시 인류는 자신보다 힘이 센 거대 동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관계를 선택했다. 관계와 관계의 산물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은 동물적 본성을 억눌러야만 했을 것이다. 인간의 이성 능력은 '관계'라는 필요성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관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약 7만 년 전, 인류는 인지혁명을 통해 분절적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이처럼 인간의 진화 과정은 관계를 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 속에 동물적 본성은 여전히 잠 자고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라는 한 천재가 '꿈의 해석'에서 주장한 정신분석이론은 이성에 의해 억압받고 있던 잠재된 욕망, 즉 인간의 꿈 속으로 밀려난 동물적 본성에 대한 학문적 설명이자 해명이다. 프로이트에 의해 일정정도 그 쓸모를 인정받은 인간의 동물적 본성은 현재에도 가끔씩 논리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경우에 이성의 절제를 뚫고 솟구쳐 오른다. 가끔씩 '욱'하는 동물적 본성을 참지 못하는 남성들... 여성은 남성들에 비해 동물적 본성의 통제에 능하다. 마치 사피엔스가 그랬던 것처럼, 어쩌면 남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핍된 물리력을 가진 여성들은 그 결핍으로 인해 남성들보다 이성적으로 진화했을 수도 있다. 진화는 생물학적 필요가 있을 때만 일어난다  마치 지금은 사라진 인간의 꼬리뼈처럼 그 쓸모가 없어지면 진화가 아닌 퇴화가 일어난다.

다시 주제로 돌아오자. 농업혁명 이후, 아니 그 이전부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경제적 토대가 되고 있는 자본주의까지 인류의 유일한 목표는 오로지 기아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생산력의 확대였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룬 것은 바로 자본주의라는 경제 시스템이다.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과학 혁명으로 인해 이제 인류는 (분배만 더 신경 쓴다면) 더이상 기아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게 되었다. 

인간의 생산력이 어느정도 기아를 해결할 만큼 발전할 즈음, 더이상 여성들은 남성들이 물리력에 기댈 필요가 없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대두된 것이  바로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의 시작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소박하면서도 절박했다. 1세대 페미니즘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통해 여성들은 그저 교육받을 권리와 참정권을 요구했을 뿐이다. 그리고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노동과 자본의 대립구도를 바탕으로 노동자로서의 여성 역할을 강조한 '맑스주의 페미니즘'이 등장한다. 맑스주의 페미니즘은 불공평한 성별 분업 구조 해체를 주장하는 '사회주의 페미니즘'으로 이어진다. 그 사이에 등장한 페미니즘이 여성에 대한 억압의 근본 원인이 출산을 기반으로 한 모성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하는 '급진적 페미니즘'이다. 급진적 페미니즘은 남성적인 자본주의의 발전전략에 의해 위기에 빠진 지구 생태 환경을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은 여성에게 있다는 '에코 페미니즘'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탈근대의 바람을 타고 모든 근대적 사고 체계의 해체를 주장하며 남성중심적 사고 및 언어구조의 비판 및 분석에 역점을 둔 '포스트모던주의 페미니즘'까지...

사실 나는 얼마전까지 포스트모던주의 페미니즘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와 오늘 아침 춘천지검의 안미현 검사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억압 폭로를 접하며, 페미니즘 중에서 가장 과격하다는 에코 페미니즘 쪽으로 생각이 살짝 기울기 시작했다. 유교를 바탕으로 가부장제의 뿌리가 깊은 대한민국에서, 그 중에서도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기는 했지만, '검사동일체'[각주:1]라는 말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상명하복 체제인 검찰조직에서 여성 검사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이 수십년간 저질러 왔던 성폭력이 공개되면서 촉발된 소셜 네트워크 캠페인인 미투(me too) 운동으로 이어질 기세다.

내가 결혼 정년기를 넘어선 남녀에게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다. 소위 능력있는 여성은 결혼을 ‘안’하고, 능력 없는 남성은 결혼을 ‘못’한다는... 저출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은 근대적 사고로 살아온 남성의 '기대'와 이미 가부장제를 더이상 허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여성들이 존재하는 '현실' 간 간극이 만들어 낸 사회문제이다.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자신들의 우월한 근육과 마초적 본성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대다수의 남성들은 그 가부장적인 기대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현실과의 간극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남성들은 주로 보다 동물적 본성에 충실해지는 것을 선택한다. 그것이 바로 현재 사회 문제로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데이트 폭력"이다. 가부장제 속에서 한컷 부풀어진 남성의 기대와, 현실 사회 속에서 갈수록 찌질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당장 이성적으로 극복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정리하자면...
1. 인간은 물리적 결핍을 관계를 통해 극복하며 진화해 왔다.
2. 같은 맥락에서 인간 사회 속에서 물리적으로 약한 여성은 특유의 관계 능력을 진화시켜 왔을 것이다.
3. 여성은 농경사회 이후 늘어난 개체수에 따른 생산력 확대를 위해 가부장제를 허용해 왔을지도 모른다.
4. 자본주의와 근대과학의 발달로 생산력과 질병의 문제를 해결한 지금,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 기피는 더이상 필요없는 가부장제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이다.
5. 보다 진화된 인류인 여성이 지구 운영의 헤게모니를 맡기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6. 찌질한 남성들이 지금까지 누려왔던 가부장제의 수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극복하는 방법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① 남성들의 장점인 물리력과 동물적 본성을 맘껏 드러내며 시대의 흐름에 저항하기

 ② 여성들이 가부장제를 허용하며 진화해 왔던 장구한 시간만큼 결핍된 관계능력을 진화시키기

 ③ 여전히 남성들의 쓸모가 존재하니 여성들과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공존하기

@back2analog




  1. 구 검찰청법(2003. 2. 4. 법률 제68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검사동일체의 원칙) ①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 ②검찰총장, 각급검찰청의 검사장과 지청장은 소속검사로 하여금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 ③검찰총장과 각급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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