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농구장!!!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나? 자율학습을 하러 학교에 갔는데, 내 자리에 한 장의 메모가 붙어 있었다. 
"오늘 몰몬교 선교사들이랑 농구 시합 잡혔음. 버스 정류장으로 빨리 오기 바람."
이건 자율학습 땡땡이 치고 농구하러 오라는?
난 잠시 갈등을 했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난 지금 고3인데... 
그런데 몰몬교 선교사라면... 이건 한국 농구의 자존심을 건 국제경기? 난 할 수 없이 선생님의 감시를 피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친구들이 골게터인 나를 기다리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안 오는 줄 알았잖아! 암튼 빨리 가자!"

경신고등학교에는 '크로스'라는 공식 아마츄어 농구팀이 있다. 난 크로스의 주전 포드였지만, 그날 같이 간 친구들은 크로스가 아닌 그냥 농구가 좋아서 어울려 다니는... 솔직히 농구실력 보다는 인간성이 좋은 친구들이었다. 

농구시합은 익숙치 않은 실내코드에서 이루어졌다.
친구들은 골게터인 나에게 계속 공을 돌렸다. 난 코트가 익숙치 않아 실수를 연발했다.
농구는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팀웍보다는 개인의 기량이 중요한 스포츠다. 그리고 골게터는 독선적이어야 한다. 골게터는 팀의 승리로 그 독선에 대한 책임을 진다. 슬램덩크에서 산왕의 에이스 정우성에게 계속 공을 돌렸던 이유도 네가 우리팀의 골게터니 그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그리고 마이클 조던이 한 경기에서 던지는 슛의 수는 다른 동료의 몇 배 이상이다. 
암튼... 골을 넣어야 하는 골게터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니 경기가 잘 풀릴리가 없다. 그리고 난 골게터라고 하기엔 성격이 지나치게 소심한 편이었다. 난 나에게 온 공을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친구에게 돌려 득점을 유도하며 경기를 풀어 나갔다. 
그러던 중 프리드로 라인 근처에서 노마크 찬스가 났다. 프리드로 라인은 같이 농구를 했던 친구들이 집에 가고 나면 혼자 남아 슛 연습을 하던 바로 그 위치였다. 난 회심의 점프슛을 날렸고, 그 슛은 농구 골대의 망을 가르며 깨끗하게 들어갔다. 전문용어로는 클린슛!
'촥'
농구를 좀 해 본 사람들은 농구공이 백보드나 링에 맞지 않고 골망만 통과하는 이 소리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순간 손끝으로 전해진 짜릿함 골맛!
그 후 농구 경기는 거의 나의 독무대였다. 몰몬교 선교사들은 점프와 드리블은 매우 훌륭했지만 대부분의 슛은 골밑슛이었다. 난 골밑을 벗어나 3점 라인 근처를 헤집으며 중, 장거리 슛을 날렸고, 컨디션이 돌아온 나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솔직히 경기의 승패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경기가 끝나고 코트를 빠져 나가는데 같이 시합을 했던 한 선교사가 나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며 이렇게 외쳤다. 
"You are goal machine!!!"

이 이야기는 대략 90%는 진실이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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