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후라이 두 개...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입원하셨다는 소리를 듣고 어젯밤 늦게 부랴부랴 본가에 왔다. 뇌경색이라고 하면 보통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가는 걸 드라마에서 많이 봐왔던 터라 본가로 향하는 내내 이런저런 나쁜 상상을 했었는데, 다행히 갑작스런 어지러움증 때문에 병원을 찾으셨고, 검사 결과 뇌경색 초기라는 진단을 받으셨다고 한다. 약물과 음식 조절만 잘 하시면 큰 문제는 없다고...
"바쁜데 뭐하러 왔어."
밤 늦게 병실을 찾은 막내아들에세 던진 아버지의 첫마디다. 
젊은 시절, 당시엔 거의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결핵과 암을 이겨내신 아버지는 몸에 조금만 이상이 와도 병원을 찾으신다. 그래서인지 평생을 드셔야 하는 약이 세 종류나 된다고...

다음날... 오랜만에 차려주는 막내아들의 아침상에 어머니는 계란 후라이를 두 개나 올려 놓으셨다. 그 두 개의 계란 후라이는 당연히(?) 모두 나를 위해 준비하셨을 게다. 
내가 초등하... 아니 국민학생이었을 때, 새벽부터 1녀 3남의 도시락을 준비해야 했던 어머니는 장손인 큰형 도시락에만 몰래 계란 후라이를 넣어 주시곤 했다. 어느날 우연히 큰형과 도시락이 바뀐 적이 있었고, 난 그 사실을 도시락 뚜껑을 연 다음에야 알 수 있었다. 밥 위에 계란 후라이가 올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엔 큰형의 도시락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모를 서운함이 있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졸라맨 허리띠를 또다시 졸라맨 다음에야 겨우 1녀 3남의 학비를 댈 수 있었던 당시 우리집 사정을 생각해 보면, 계란 하나도 어마어마한 사치였을 것이다. 가장인 어버지마저도 누릴 수 없었던 그 사치는 오직 장남이자 장손인 큰형만이 누릴 수 있었고, 그 당시엔 그러한 상황에 대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묘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 때의 미안함을 아직 마음 한켠에 간직하고 계셔서일까? 가끔 일이 있어 본가에서 아침을 먹고 나올 때면 어머니는 계란 후라이를 한 개도 아닌 두 개를 해 주신다. 
계란 후라이 두 개나 먹어치운 나는 오랜만에 더부룩한 배를 두드리며 출근길에 올랐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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