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힘의 균형이 만든 냉전체제와 사드배치


   18세기 산업혁명과 부르주아 혁명을 통해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된 자본주의는 맑스가 지적한 과잉생산이라는 태생적 모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초기 자본주의에서 제국주의로, 그리고 수정자본주의를 거쳐 신자유주의로 발전해 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를 지배하고 있던 대부분의 제국주의 열강들은 식민지로부터 자진(?) 철수를 하는데, 그렇다고 제국주의 시대가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자본주의와 소련을 주축으로 하는 사회주의 세력이 서로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냉전 시대로 돌입하면서 제국주의는 더 단순하게 굳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냉전은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미국과 소련의 군사적 균형이 그 유지의 전제조건이었다. 하지만 자본이 가지고 있는 경쟁과 탐욕의 확장성을 관료주의화 되어가는 사회주의가 따라갈 수는 없었다. 결국, 1991년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에 이은 소련의 붕괴로 인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균형이 깨지면서 냉전 시대도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동서냉전이 군사 경쟁과 이념 경쟁의 시대였다면 냉전이 해체되면서 시작된 신자유주의는 자본 경쟁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자본 경쟁의 시대에 소련을 대신해 새롭게 떠오른 강자는 모두 알다시피 등소평의 개혁개방을 통해 소비 대국에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 군사적 영향력뿐만 아니라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패권 국가이다. 일본이 아무리 경제 대국으로 성장을 한다고 해도 미국을 위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유럽 또한 유로존이라는 경제 공동체로 묶여 있긴 하지만, 그 어떤 경제적, 군사적 이득도 자존심 강한 영국, 독일, 프랑스를 한배에 태울 수 없는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미국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본의 성장과 유럽연합의 결성은 다국적 기업과 금융자본의 세계적 확산에 기여하면서 미국의 패권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자칫 잘못하면 백 년 가까이 지켜온 세계의 패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 미국은 자신의 패권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중국을 견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무한 성장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는 자본주의의 함정에 빠져든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은 가장 큰 성장의 걸림돌이다. 중국이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단일국가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힘의 균형이 형성되었고, 바야흐로 세계는 제2의 냉전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잠깐 미국과 북한의 관계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자.

고양이를 매우 싫어하는 어떤 사람(A)의 집 앞에 길냥이가 한 마리 살고 있다. 길 건너편에 사는 사람(B)은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꼬박꼬박 길냥이에게 먹을 것을 준다. 길냥이는 자신을 싫어하는 A의 집 앞을 어슬렁거리거나 배설물을 남기기도 한다. 한번은 집에 들어가는 길에 갑자기 길냥이가 달려들어 소스라치게 놀란 적도 있다. A는 길냥이를 없애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겠지만 길냥이를 없애는 과정에서 B와 원치 않는 불화가 생길 수도 있고, 또는 고양이의 발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고 가정해 보자. 

어느 날 A는 집 앞을 지나는 비실비실한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다. B가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A는 상대적으로 개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 A는 생각했다. 직접 길냥이를 없애는 대신 강아지를 잘 키워 길냥이를 견제하기로… 비실비실했던 강아지는 A의 원조 덕에 무럭무럭 자라 길냥이를 견제할 만큼 큰 개로 성장했다. A는 갈수록 싸나워지는 길냥이를 없애기 위한 두 번째 작전으로, 이번에는 길냥이는 매우 위험한 병균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칫 마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길냥이를 피하기 시작했으며, 길냥이에게 먹이를 주던 B에게도 눈치를 주었다. 어쩔 수 없이 B도 길냥이에게 먹이를 줄 때 마을 사람들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비유가 어설프긴 하지만, 사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군사력으로 보나 경제력으로 보나 자신을 괴롭히는 길냥이보다도 하찮은 존재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 체면이 있지 그깟 길냥이 한 마리 잡겠다고 굳이 피해를 감수하겠는가? 


한반도의 사드 배치를 통해 태평양 건너에 있는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마찰 등 사소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지도 모르지만 군사적으로는 북한핵과 냉전 대상국인 중국을 견제하는 등 확실한 이익을 챙겼다. 사소한 경제적 손실도 사실 사드 배치를 국제적인 문제가 아닌 자국의 안보문제라고 굳게 믿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그 비용을 분담한다고 하니 이래저래 퉁치고 나면 오히려 이득이 더 크다. 미국은 한 마디로 한반도 사드 배치를 통해 손 안 대고 코를 푼 셈이다. 

한국과 북한, 중국의 사드 배치를 통해 각기 다른 군사적,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북한의 대미 협상용 핵의 약발이 약해질 것이다. 중국은 자신의 코 앞에 경쟁국인 미국의 군사기지를 들여놓은 꼴이 되었다. 한국은 사드의 실질적인 배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외교적 실리뿐만 아니라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우려된다. 이쯤 되면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왜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지 대충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들은 한국의 이익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이 우선이고, 미국의 이익을 통해 떨어질 떡고물과 기득권 및 권력의 유지가 지상 목표인 것이다.


대통령이 탄핵심판 중인 국가 비상사태에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일개 임명직 국무총리가 국가의 이해득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후 그 후폭풍의 크기를 가늠할 수도 없는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 대한민국의 문제라면,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 주도권을 사이에 두고 제2의 냉전 시대 돌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 한반도의 사드 배치는 결코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와중에 대한민국의 저명한 매스컴들은 모두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에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애국주의의 나팔수가 되어 버렸으니… 탄핵 심판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나라도 아닌 나라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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