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념 지형에 대한 사실과 인식...


2017년 3월 10일 11시...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파면 선고가 있었다. 지금까지 헌법재판소는 '관습 헌법'이라는 기발한 조어를 만들어 국가 균형 발전의 기회를 날려버리는가 하면, 정치 논리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당을 해산하고,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판결한 전례가 있기에 이번 탄핵 심판에서도 설마... 하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헌재의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으로 인해 장장 5개월 동안 광화문의 주말을 밝혀 온 촛불은 승리했지만... 헌재의 탄핵 인용은 그저 낭떠러지로 향하던 대한민국을 잠시 멈추게 했을 뿐이다. 그동안 박근혜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 싸질러 놓은 그 수많은 똥을 치워야 그나마 대한민국은 낭떠러지로부터 한발짝이라도 벗어날 수 있으리라...

짐작컨데... 그 똥을 치우는 일이 결코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똥을 치워야 한다는 당위가 지나치게 컸기 때문에 똥을 어떻게 치워야 할 지에 대해서는 서로 말을 아껴왔고, 혹여라도 누군가 그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면 촛불은 매서운 눈초리로 자중을 시켰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누군가 눈치 없이 꺼내 든 개헌 논의 아닐까? ㅎㅎ

어쨌든... 똥을 어떻게 치울지 치고박고 싸우기 전에, 최소한 대한민국의 객관적인 이념 지형과 그 지형을 대중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박근혜와 문재인이 맞붙은 지난 대선은 소위 보수와 진보가 진검 승부를 벌인 선거였다. 그 결과 박근혜가 51.6%라는 악마의 숫자로 당선이 되었고, 문재인은 48%의 득표로 아깝게 고배를 마셨다. 결과만을 놓고 보면 대한민국은 진보와 보수가 박빙의 대결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대통령 선거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진보와 보수를 지나치게 도식화한 것일 수도 있다. 이념적 지형으로 살펴보면 새누리당은 보수라기 보다는 극우에 가깝고, 많은 대중들이 진보라고 생각하는 민주당은 좌와 우를 넘나들지만 사실상 보수쪽으로 더 치우쳐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보수와 진보의 개념에 대해서는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정치편보다 더 잘 설명할 자신이 없으므로 패쓰~, 세상에 신자유주의 정당을 진보 취급해 주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몇 나라 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진보는 패러다임은 넓지만 밀도는 약하다. 진보와 보수가 객관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탄핵 정국 과정에서 많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전통적으로 새누리와 민주는 각각 30%와 20% 정도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중간에 지식의 정도나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부동층이 약 35%정도... 도식화하는 과정에서 부동층을 35%로 잡는 바람에 진보진영의 좌파를 15% 정도 잡은 것은 지나치게 후한 감이 있다. 부동층을 40%까지 보고, 새누리와 민주당의 느슨한 지지자를 더한다면 우리나라의 진정한 진보는 몇 %나 될지...

대한민국 국민의 80%가 박근혜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했다고 해서 그 80%가 모두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박근혜를 탄핵시킴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80%의 민심은 이제 본격적으로 똥을 치우는 방법을 가지고 논쟁을 벌일 것이다. 누군가는 매우 진보적인 방법을 주장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매우 보수적인 방법으로 똥을 치우자고 주장할 것이다. 그것도 매우 치열하게... 그래서 어쩌면 촛불혁명은 이제 막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우리가 그동안 지나온 역사와 다르게 똥을 진짜 치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디 그 과정에서 현실에 대한 팩트와 인식 사이의 간극이 조금이라도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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